도시에서도 전학오고 싶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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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삶을 가꾸는 행복한 작은 학교’
경북 상주시 외곽 갑장산 자락에 자리 잡은 남부초등학교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꿈꾸는 학교의 모습이다. 전교생 104명의 이 자그마한 농촌학교는 올해로 3년째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대안적인 교육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때 학생수가 30여 명으로 줄어 폐교 대상으로까지 지목됐지만, 지금은 도심의 학부모들이 주소를 옮겨서라도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다.
폐교 위기 극복한 경북 상주 남부초
경기 광주 남한산초등학교,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전북 완주 삼우초등학교에 이어 폐교의 위기를 딛고 일궈낸 공교육 혁신 모델로 꼽히는 이 학교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 삶과 앎이 하나되는 교육= 이 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이다. 토요일마다 전일제로 운영되는 ‘다양한 삶을 경험하는 토요 체험학습’은 이 학교의 ‘참 삶을 가꾸는 교육과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토요 체험학습 내용은 생활·자연·예술·역사·자아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올해 6학년의 경우, 생활영역에서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음식 만들어 나눠 먹기, 우리가 필요한 목제품 만들기 등이, 자연영역에서는 학교 주변의 봄나물 캐기, 계곡 생태조사 등이 이뤄졌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학년별로 교육과정을 분석해 각 교과에서 체험학습이 필요한 단원을 추출해 별도의 연간 체험학습 교육과정을 짠다. 각 교과와 단원에 흩어져 있는 체험학습 요소를 공통주제별로 묶어 토요일에 4시간 동안 충분히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김주영 교사는 “교과별로 분리된 40분 단위의 분절적인 교육활동으로는 아이들이 폭넓고 깊이 있는 체험학습을 하기가 어려워 교과·시간통합형 전일제 토요 체험학습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에 두 차례 실시되는 계절학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학교는 주당 1~2시간씩 분절적으로 배정돼 있는 특별활동과 재량활동 시간을 여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배치해 주기 집중형 계절학교를 연다. 여름에는 4일, 가을에는 5일 동안 문화·예술·자연체험 중심의 깊이 있는 학습이 이뤄진다. 올 여름 계절학교에서는 ‘환경과 인간’을 주제로 학교 옆 갑장산 계곡과 숲에서 계곡 탐사, 숲 체험, 자연물로 만들기, 곤충 관찰, 별자리 관찰 등의 체험활동이 진행됐다. 지난해 2학기 때 도심의 큰 학교에서 이 학교로 전학을 온 5학년 조성연군은 “다른 학교와 달리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삶에 필요한 것들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토요일마다 다양한 체험학습
수업뒤 5시까지 특기적성활동
존중받는 아이들 “행복해요”
■ 일·놀이·배움이 어우러지는 ‘온종일 학교’= 이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일과가 끝난 뒤에도 5시까지 학교에 남아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이 ‘온종일 학교’는 특기적성교육과 동아리 등으로 이뤄진다. 특기적성의 경우, 3~6학년은 영어는 필수이고, 미술, 민요창, 택견, 재즈댄스 중 한 가지씩을 선택해서 참여한다. 1~2학년은 택견, 풍물, 무용, 미술, 놀이미술을 요일별로 돌아가며 하루에 1~2시간씩 배운다.
동아리는 3~6학년 학생들은 누구나 하나씩 참여하게 돼 있는데,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댄스, 풍물, 밴드, 리코더, 애니메이션 동아리가 꾸려져 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각각 2시간씩 동아리 활동을 한다. 동아리는 민족미술인협회 상주지부가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벌이는 ‘학교-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의 하나이기도 해서 전문 강사들이 동아리를 맡아 지도하고 있다. 이밖에 4~6학년은 재량활동시간을 활용해 영화 제작 및 장비 활용법을 배운다. 영화교육 역시 문광부의 예술강사 파견사업에 선정돼 전문 강사와 장비를 지원받는다.
■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이 학교의 수업시간표는 좀 특이하다. 4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다른 학교와 달리 하루 일과를 80분 수업하고 30분 동안 쉬는 ‘블록 시간제’로 운영한다. 30분 동안의 중간놀이 시간에 아이들은 밖에 나가 축구를 하는 등 충분히 논다. 아이들의 놀이 욕구를 반영한 시간표 운영이다. 오전 시간은 국어와 수학 등 주지교과를 중심으로, 나른해지기 쉬운 오후에는 예체능을 중심으로 수업을 배치한 것도 아이들의 신체 리듬을 고려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쟁과 선발 중심의 각종 대회와 시상제도도 없앴다. 교육청 등 관에서 주도하는 대회도 안내만 해줄 뿐, 따로 시간을 내어 준비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 환경을 꾸밀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이 학교의 건물 벽에는 아이들이 손수 그린 벽화들로 빼곡하다. 벽화 밑그림을 전교생 공모를 통해 아이들의 투표로 결정하기도 한다. 모든 학습 준비물은 학교 예산으로 구입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권위주의적인 조회와 훈화 대신, 교장을 포함한 모든 교사와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 ‘한자리 모임’이라고 부른다.
6학년 김유진양은 “선생님들이 아이들 하나하나의 성격과 특기 등을 다 파악하고 있을 만큼 친근한데다, 우리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학교 생활이 참 행복했다”며 졸업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상주/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준비된 교사들의 작품
‘행복한 학교’로 거듭나기까지
남부초등학교의 거듭남은 준비된 교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2년 전교조 상주지회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참실(참교육 실천)학교 세우기’라는 모임이 그들이다. 이들은 참교육 실천운동의 성과를 학교 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독일 발도르프교육과 덴마크 프리스쿨 등 대안교육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새로운 학교 만들기의 ‘맏형’격인 남한산초등학교와 거산초등학교도 방문했다.
2004년에는 상주에 남한산초등학교를 모델로 한 학교를 만들기로 뜻을 모으고, 때마침 통폐합 위기를 맞고 있던 남부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정했다. 동창회와 학부모들을 아우르는 학교발전위원회를 꾸려내고 ‘남부초등 좋은 학교 만들기’를 제안했다. 새로운 학교상과 교육과정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말부터는 학생을 유치하려고 도심 학교 학부모들에게 안내장을 뿌리고 몇 차례 설명회도 열었다. 이들의 새 학교상에 공감한 학부모들이 아이를 전학 보내 40명이 채 안 되던 학생수가 69명으로 늘었고, 준비를 해오던 교사들 중 김주영 교사 등 4명이 전근을 자원해 학교에 합류했다.
이종규 기자 (한겨레신문 2007.10.02)
경북 상주시 외곽 갑장산 자락에 자리 잡은 남부초등학교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꿈꾸는 학교의 모습이다. 전교생 104명의 이 자그마한 농촌학교는 올해로 3년째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대안적인 교육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때 학생수가 30여 명으로 줄어 폐교 대상으로까지 지목됐지만, 지금은 도심의 학부모들이 주소를 옮겨서라도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가 됐다.
폐교 위기 극복한 경북 상주 남부초
경기 광주 남한산초등학교,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전북 완주 삼우초등학교에 이어 폐교의 위기를 딛고 일궈낸 공교육 혁신 모델로 꼽히는 이 학교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 삶과 앎이 하나되는 교육= 이 학교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이다. 토요일마다 전일제로 운영되는 ‘다양한 삶을 경험하는 토요 체험학습’은 이 학교의 ‘참 삶을 가꾸는 교육과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토요 체험학습 내용은 생활·자연·예술·역사·자아 등 5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올해 6학년의 경우, 생활영역에서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음식 만들어 나눠 먹기, 우리가 필요한 목제품 만들기 등이, 자연영역에서는 학교 주변의 봄나물 캐기, 계곡 생태조사 등이 이뤄졌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학년별로 교육과정을 분석해 각 교과에서 체험학습이 필요한 단원을 추출해 별도의 연간 체험학습 교육과정을 짠다. 각 교과와 단원에 흩어져 있는 체험학습 요소를 공통주제별로 묶어 토요일에 4시간 동안 충분히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김주영 교사는 “교과별로 분리된 40분 단위의 분절적인 교육활동으로는 아이들이 폭넓고 깊이 있는 체험학습을 하기가 어려워 교과·시간통합형 전일제 토요 체험학습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에 두 차례 실시되는 계절학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학교는 주당 1~2시간씩 분절적으로 배정돼 있는 특별활동과 재량활동 시간을 여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배치해 주기 집중형 계절학교를 연다. 여름에는 4일, 가을에는 5일 동안 문화·예술·자연체험 중심의 깊이 있는 학습이 이뤄진다. 올 여름 계절학교에서는 ‘환경과 인간’을 주제로 학교 옆 갑장산 계곡과 숲에서 계곡 탐사, 숲 체험, 자연물로 만들기, 곤충 관찰, 별자리 관찰 등의 체험활동이 진행됐다. 지난해 2학기 때 도심의 큰 학교에서 이 학교로 전학을 온 5학년 조성연군은 “다른 학교와 달리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삶에 필요한 것들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토요일마다 다양한 체험학습
수업뒤 5시까지 특기적성활동
존중받는 아이들 “행복해요”
■ 일·놀이·배움이 어우러지는 ‘온종일 학교’= 이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일과가 끝난 뒤에도 5시까지 학교에 남아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이 ‘온종일 학교’는 특기적성교육과 동아리 등으로 이뤄진다. 특기적성의 경우, 3~6학년은 영어는 필수이고, 미술, 민요창, 택견, 재즈댄스 중 한 가지씩을 선택해서 참여한다. 1~2학년은 택견, 풍물, 무용, 미술, 놀이미술을 요일별로 돌아가며 하루에 1~2시간씩 배운다.
동아리는 3~6학년 학생들은 누구나 하나씩 참여하게 돼 있는데,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댄스, 풍물, 밴드, 리코더, 애니메이션 동아리가 꾸려져 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각각 2시간씩 동아리 활동을 한다. 동아리는 민족미술인협회 상주지부가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벌이는 ‘학교-지역사회 연계 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의 하나이기도 해서 전문 강사들이 동아리를 맡아 지도하고 있다. 이밖에 4~6학년은 재량활동시간을 활용해 영화 제작 및 장비 활용법을 배운다. 영화교육 역시 문광부의 예술강사 파견사업에 선정돼 전문 강사와 장비를 지원받는다.
■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이 학교의 수업시간표는 좀 특이하다. 4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다른 학교와 달리 하루 일과를 80분 수업하고 30분 동안 쉬는 ‘블록 시간제’로 운영한다. 30분 동안의 중간놀이 시간에 아이들은 밖에 나가 축구를 하는 등 충분히 논다. 아이들의 놀이 욕구를 반영한 시간표 운영이다. 오전 시간은 국어와 수학 등 주지교과를 중심으로, 나른해지기 쉬운 오후에는 예체능을 중심으로 수업을 배치한 것도 아이들의 신체 리듬을 고려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경쟁과 선발 중심의 각종 대회와 시상제도도 없앴다. 교육청 등 관에서 주도하는 대회도 안내만 해줄 뿐, 따로 시간을 내어 준비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 환경을 꾸밀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이 학교의 건물 벽에는 아이들이 손수 그린 벽화들로 빼곡하다. 벽화 밑그림을 전교생 공모를 통해 아이들의 투표로 결정하기도 한다. 모든 학습 준비물은 학교 예산으로 구입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권위주의적인 조회와 훈화 대신, 교장을 포함한 모든 교사와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한자리에 모여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 ‘한자리 모임’이라고 부른다.
6학년 김유진양은 “선생님들이 아이들 하나하나의 성격과 특기 등을 다 파악하고 있을 만큼 친근한데다, 우리들의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학교 생활이 참 행복했다”며 졸업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상주/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준비된 교사들의 작품
‘행복한 학교’로 거듭나기까지
남부초등학교의 거듭남은 준비된 교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2년 전교조 상주지회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참실(참교육 실천)학교 세우기’라는 모임이 그들이다. 이들은 참교육 실천운동의 성과를 학교 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독일 발도르프교육과 덴마크 프리스쿨 등 대안교육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새로운 학교 만들기의 ‘맏형’격인 남한산초등학교와 거산초등학교도 방문했다.
2004년에는 상주에 남한산초등학교를 모델로 한 학교를 만들기로 뜻을 모으고, 때마침 통폐합 위기를 맞고 있던 남부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정했다. 동창회와 학부모들을 아우르는 학교발전위원회를 꾸려내고 ‘남부초등 좋은 학교 만들기’를 제안했다. 새로운 학교상과 교육과정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말부터는 학생을 유치하려고 도심 학교 학부모들에게 안내장을 뿌리고 몇 차례 설명회도 열었다. 이들의 새 학교상에 공감한 학부모들이 아이를 전학 보내 40명이 채 안 되던 학생수가 69명으로 늘었고, 준비를 해오던 교사들 중 김주영 교사 등 4명이 전근을 자원해 학교에 합류했다.
이종규 기자 (한겨레신문 200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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